초원의 겨울은 혹독하다.
그곳에서 몇 십 년을 산 이에게도, 넘치는 보살핌을 받는 어린아이에게도.
죽음은 순식간이야.
가만히 웅크리고,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다가는 죽고 만다.
할 수 있는 것을 제때 해내야, 겨울을 버틸 수 있어.
움직이며 체득해야 해.
배운 만큼 봄을 맞이할 확률이 높아지니까.
그렇게 겨울을 반복해서 나다 보면 가슴에 남는 것이 있어.
첫 겨울이 지나고, 새싹이 돋은 땋을 보았을 때는 안심하는 마음 뿐이었지.
그 후로도 몇 번의 봄은 계속 그랬어.
그저 싹이 돋고 겨울이 끝난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아서.
몇 번의 겨울이 더 지나고서야 알게 됐지.
그 많은 겨울을 무사히 난 것이 그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걸 말이야.
나는 겨울 동안 나 자신을 먹여 살린 거야.
내가 봄까지 무사히 닿을 수 있도록.
그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어. 내 가슴에 긍지가 남았지.
멸시받는 것이 익숙하다는 내 말은, 그것을 체념했다는 의미가 아니야.
겨울을 나듯이 여기는 거다.
긍지가 높은 사람은 누구도, 무엇으로도 깎아내리지 못 해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