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4년 3월 31 총평
- 충격: 상상도 못한 요소들의 너무나 실체적인 묘사
- 감탄: 생존에의 열망이 만드는 욕망, 우울, 분노의 뒤섞임
- 의문: 웨이드의 결정, 청신에 대한 의구심
- 아쉬움: 한 인간(아이)의 우주성에 대한 탐구
새벽 세네시 쯤 책을 덮고선 나는 잠든 아이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. 창 밖의 하늘을 볼 자신은 없었다. 우주적인 스케일이 덥석 겁이 나기도 했고, 어떤 환경이던 고단한 삶을 겪어갈 이 순수한 존재에게 연민이 생겼다. 그럼에도 이녀석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이런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겠지.
어느 교수는 삶이란 불확실성을 확실로 바꾸는 몸부림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.
삼체 속 존재들 모두 그렇다. 불확실한 어둠, 미래를 어떻게든 컨트롤하고자 발버둥치며 그 과정의 희생-심지어 자멸이라고 해도-을 감내한다.
어둠은 무섭다. 잘 모르는 일은 겁이 난다. 처음 출근한 직장인, 첫 등교의 서툶과 같다.
하지만 우리는 익숙해지고, 자리를 만들어간다.
뻔하지 않아 좋았다. 괴물도, 히어로도 없는 이야기. 아무리 똑똑하고 야망있는 사람도 한낱 먼지처럼 사라지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살아가고. 사실 이것이 삶의 민낯이 아니겠는가.
보르헤스의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, 알레프나 픽션들이 떠오르는 장면들이 무척 많아서 특히 즐거웠다. 보르헤스의 개념적 요소들이 과학적 근거와 실체에 기반해 묘사되는 장면들은 몇 번이고 다시 읽고, 물리학을 공부한 배우자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다.
과학적 상상력과 치밀한 묘사는 물론 이야기 그 자체로써도 흥미롭다. 거기다 동양적인 미학도 곳곳에 묻어있다.
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세손가락에 꼽히는 책이다.
